원폭피해자 많은 나라 세계 2위 특별법 제정…2세까지 혜택 ‘한계’

무관심 속 방치 7만여명 추정

불교계 ‘합천 평화의 집’ 등

종교계 활동으로 보살펴 와

불교사회연구소 보고서 발간

“대대로 이어지는 피해 참담”

히로시마 간 오바마 美대통령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는 ‘외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원폭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한국인 사상자가 7만명에 이른다는 불교계 종합보고서가 나왔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스님)는 지난 5월25일 한국인 원폭피해자 현황과 불교계 피해자 지원 활동 및 대책 등을 담은 ‘한국 원폭피해자의 인권과 불교계의 역할’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합천평화의집 운영위원장 연암스님과 김기진 부산일보 편집부국장이 연구를 맡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해 총 57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인은 사망 4만명, 생존 3만명 등 7만여명에 달한다. 원폭피해자가 가장 많은 나라 2위에 해당한다.

생존자 가운데 2만3000여명이 귀국해 경남 합천 등지에서 살고 있으며, 나머지 7000여명은 여전히 일본에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로 돌아온 원폭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오히려 가난과 차별, 2세와 3세로 이어진 후유증으로 2중, 3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정부는 원폭 문제를 일본이 책임져야할 사안이라는 3자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1957년 원폭의료법을 제정해 원폭피해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다보니 원폭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제한적, 부분적 지원이 진행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식적인 현황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아 원폭 피해자와 후손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외면 속에 나선 것은 종교계였다. 불교계가 주도적으로 후원에 참여해 2010년 원폭피해자의 쉼터 합천평화의집을 설립운영하고 있고, 개신교계의 한국교회여성연합회와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원폭 피해자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합천평화의집의 경우 원폭피해자의 현실 알리기를 비롯해 입법운동, 환우 지원사업 등을 전개하는 한편, 최근에는 본지와 함께 최근 원폭피해자 2, 3세 생활시설 건립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보고서 연구자로 참여한 합천평화의집 운영위원장 연암스님은 “우리 사회의 외면과 방치 속에 대대로 이어지고 있는 원폭피해자들의 고통은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원폭피해자의 아픔을 감싸기 위해서는 종단을 비롯한 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원폭피해자 지원은 지난 5월19일 국회의 특별법 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특별법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 피해자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건강검진 등 의료지원, 추모묘역 및 위령탑 조성 등 피해자 치료와 추모에 필요한 기념사업 등을 담았다. 하지만 이미 71년이 지난 시점에서 원폭피해자와 당시 태아로 있었던 피해자 2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5월27일 ‘원폭피해의 상징’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헌화와 묵념을 올렸다. 현장연설에서 한국인 원폭피해자 희생을 언급했으나, 같은 공원 내 위치한 한국인원폭피해자 위령비로는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불교신문3205호/2016년6월1일자]